1. 지옥 훈련 소매의 단추가 헐거워 곧 떨어질 듯했다. 고진은 멀리서 들려오는 폭발음에 야트막한 바위 뒤에 몸을 욱여넣고서도 걷어 올린 소맷단을 자꾸만 만지작거렸다. 그는 이를테면 일상의 루틴을 지키고자 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게나마 제가 무언가를 통제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날은 소맷단에서 달랑거리...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고, 그런 거창하고 대단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줄곧 듣고 자랐지만 화면 속에서 나는 항상 엑스트라1, 엑스트라2, 아무튼 엑스트라 뭐시기였다. 어떤 날은 사진작가였다가 또 어떤 날은 인형탈 알바가 되고, 어떤 날은 마트 영업사원이, 매니저가, 매표원이 모두 되어 보기도 하고 혹, 어떤 날은 병원 직원이었다가 그다음 날 누군가의 주...
허묵은 발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유연은 종종 깜짝 놀라 들여다보던 핸드폰 화면을 뒤집어엎곤 했다. “뭐 보고 있었어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희미한 미소를 띠고는 말을 걸어오는 게 대부분이었다. 저렇게 인기척을 내지 않을 수도 있을까 싶었으나 유연은 그저 익숙해지겠거니 생각했다. 그렇게 별다른 일은 아니었으니까. 어느 날은 같이 길을 걷고...
13챕을 보고 나서 '이런 장면도 보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13챕 스포 있습니다. 유혈 소재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목을 스치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유연은 만년필을 목에다 갖다 대고서 서너 걸음 남짓한 거리에 우두커니 서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붉은 피가 목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만년필을 꽉 쥐어 하얗게 질린 손이 떨려왔다. “바...
고진과 14챕의 그 언니가 등장합니다. “징그럽게 웃지 마.” 미간을 찌푸린 여자가 술이 들어찬 잔을 빙글 돌리다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술맛 떨어져.” “너무하네.” 남자는 짐짓 상처받은 얼굴을 짓다 다시 웃음을 내어 보이며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마음에 안 들어. 웃을 일이 뭐가 있다고. 여자는 그 능글맞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나 앞...
백기 외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2챕터에 등장하는 인물이 나옵니다. 특수경찰학교 입학식 첫날, 고진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했듯 백기에게도 인사를 건넸고, 돌아오는 반응이 시원치 않아 내민 손을 거두며 머쓱하게 웃었다. 첫 만남이었다. 고진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었고 백기는 매일 혼자였다. 동기들은 그런 백기를 보며 수군거렸다. 싸가지 없는 놈,...
짧은 시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완결된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쓴 글입니다. 그래서 아주 짧습니다. 환한 빛을 보다 고개를 돌려 그 옆에 있던 그늘을 마주하면 눈앞이 온통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허묵유연, 부나방 “내일 봬요. 교수님.” “네. 유연씨도 잘 들어가요.” 인사를 하고, 등을 돌리고, 문을 열고, 다시 문을 닫았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스킨십 묘사 있습니다. 수위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나라한 키스신 묘사 있습니다. 허묵, 빠져들다 일러스트를 보고 쓴 글입니다. 감정은 둔했고, 세상은 언제나 단조로운 빛을 띠었다.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은 내가 그들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나는 우리에 갇혀있고 사람들이 그런 나를 구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
오늘은 유난히 힘든 날이었다. 물론 다른 날도 힘들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왜 그리 신경 쓸 일은 많았으며, 이택언 대표는 왜 그렇게 쪼아대던지.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간신히 지친 몸으로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집에 돌아와 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서는 쉴 시간도 없이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야만 했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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